
<aside> 📌 개요
나고 시청은 몇년 전 인스타 피드에서 보고 강렬한 콘크리트 인상에 반해서 핀을 찍어둔 곳이다. 건축물을 보러 가면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일 때가 많은데, 나고 시청은 상상만큼의 규모로 다가왔다. 대로변에서 보는 전면은 주차장과 임시용 천막으로 둘러싸여 건물 자체를 감상하기에는 방해가 되었지만, 요철로 장식된 콘크리트 벽이 주는 반복된 질서와 기다란 슬로프가 주는 압도감이 있었다. 반대로 후면의 넓은 잔디밭에서 보는 뷰는 전면의 Brutal한 인상과 살짝 반전되는 “오키나와 풍”을 실현하는 듯한 이미지도 있었다. 지상층에서 기둥을 타고 오르는 열대 식물, 2층 테라스에 조성된 화단과 생활 집기들, 구멍난 지붕들이 그런 인상을 더했다.

기둥에 붙어 자라는 덩굴식물과 직각형 점검사다리
대로변에서 보는 건물 입구는 슬로프로 덮여 있다. (건물 진입용이라기 보다는 육교아냐? 싶은 생각이 들만큼 존재감이 크다.) 주 진입 동선은 주택가와 인접한 잔디밭 쪽을 전면으로 보고 설계를 한 것 같다. 대지 양 끝에서 잔디밭에 면한 대각선 길을 따라 건물의 중앙 로비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사선 길은 그리드에 맞게 ㄱㄴ 형태로 이어져 입체에 입체를 더한 효과를 준다.

트랜치를 제외하고는 45도 틀은 방향으로 전개되는 길. 트랜치가 나를 인도하는 이정표 같았다.

1층 평면도. 그림 상단이 잔디밭이고 사선길이 지붕 아래 ㄱㄴ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사선 길을 따라 건물 끝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2층은 1층의 필로티 (사선길) 지붕 라인에서 한 칸씩 물러선 테라스가 사선 방향으로 배치된다. 지붕은 위에서 보나 아래에서 보나 다각도로 입체적이었다. 정사각형의 테라스 중앙에는 화단이 크게 자리하여 이를 피하려면 다시 ㄱㄴ 방향으로 전진해야 했다. 그리드 세상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테라스가 차지하는 면적이 워낙 커서 모든 실에서 1분 안에 담배피러 나갈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건물의 끝에서 중심부로 이동하자 슬로프가 나타났다. 슬로프에 올라 맞은 편 참으로 건너갔다. 방향을 틀자 1층에서 천막과 야자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입면이 한 눈에 들어왔다.

테라스에서 본 1층 지붕. 설계안을 보면 아사기 테라스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아사기는 오키나와 전통의 제사를 치르는 장소를 일컫는 말이다. 나고시청 테라스와 동일하게 기둥과 넙대대한 지붕 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본 결과 초가지붕부터 콘크리트 지붕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콘크리트는 역시 오키나와 풍토 재료로 인정받을 만하다.

삽살개 같은 아사기

슬로프에서 본 입면. 뒤집힌 계단 모양의 기둥 장식 위에는 시샤(오키나와식 돌하르방, 해치를 닮음)가 56개 놓여있었다고 한다. 강풍에 시샤가 자꾸 바닥에 떨어져서 2019년 전부 철거했다.

구멍난 그림자와 큐브를 활용한 모깎기. 저 위에도 시샤가 있었으려나?

테라스의 모서리 부분. 분홍색 박스 안에는 외부등이 들어있고 박스 아래 배수구가 놓여있다. 설마 조명박스 같은 부속 설비는 1층 트랜치처럼 45도 방향을 고수한 건가..

측면에서 본 시청사. 공조 루버를 가린 듯한 벽이 군데군데 매달려 있었다.
나고시에 가려면 나하에서 두 시간이나 운전해서 북부로 올라가야 했다. 오후 늦게 그늘진 시청사를 감상한 나는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을 보러 다음날 다시 나고시를 향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 여유가 생겨 구석구석 챙겨보았다. 연달아 본 덕분에 다른 건물에 비해 기억도 오래 가는 듯 하다. 같은 건물도 가끔은 여러 번 방문해 봐야 겠다.